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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기(士氣)와 사기(詐欺) <말글 사랑방 2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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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이 회사는 사원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힘쓰기로 했습니다.” TV방송 여자 진행자의 말, 뭔가 이상하다. 예쁘고 똑똑해 보이던 그 얼굴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. ‘사기’라는 단어의 발음 때문이다.

사기가 가득할 때 즉 ‘의욕이나 자신감으로 충만한 기운’이 강할 때 개인이나 조직은 성공한다. 한자로는 士氣다. 읽을 때는 [사:기]로, 즉 ‘사’자를 길게 발음한다. ‘사’를 짧게 발음하면 바로 속임수 가짜를 뜻하는 사기(詐欺)가 된다.

그 MC는 [사:기]로 읽어야 할 사기(士氣)를 [사기]로 읽어 사기(詐欺)와 헷갈리게 한 것이다. 그때그때 요령껏 알아들으면 되지 않느냐고, 사소(些少)한 것이니 그냥 넘어가자고 할 수도 있겠다.

‘사기’라는 단어가 사기(士氣)와 사기(詐欺)의 두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. 별로 크지도 않은 국어사전에도 무려 27개의 단어가 ‘사기’라는 글자조합에 달려 있다. 뜻도 어원(語源)인 한자를 보아야 구분된다. 사전을 찾아 이 상황을 직접 보면 왜 사소한 문제가 아닌지 실감하게 된다.

발음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‘사’ 발음의 장단(長短)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다. 한자의미와 말의 전후관계를 생각하면 뜻이 좀 더 통한다. 그러나 발음만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이다.

중국어는 글자마다 어조(語調)를 달리해 구분한다. 평(平) 상(上) 거(去) 입(入)의 사성(四聲)이 그것이다. 이는 고저(때로는 장단과 강약)에 관한 음조(音調)의 형식이다. 현대의 우리말 단어 발음에는 높고 낮음, 즉 고저(高低)가 없다. 다만 장단이 있을 뿐. 장단음(長短音) 구분은 헷갈린다. 시험 준비하는 중고생들이 고민 많이 하는 부분이다.

장단음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공식(公式)이란 것이 있기는 하다.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복잡하고, 그나마 완전하지도 않다.

대신 이 방법을 쓰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. 사전을 찾아보고 그 단어의 앞 글자가 장음인 경우, 소리 내어 세 번만 읽어본다. 나중에 그 단어와 다시 만났을 때, 찬찬히 읽어보면 긴 발음인지, 아닌지 금방 구분된다. 나도 모르게 귀가 이를 익히고 있는 것이다.

말글과 관련한 생활방식이 달라지면 사물의 뜻이 명확해진다. 바꿔 말하면, 공부를 더 잘하게 된다는 얘기다. 그런데 국어사전 가진 사람, 사전 찾아보는 사람, 얼마나 될까? 돈 적게 드는 가장 확실한 투자, 좋은 사전 구하기와 그 사전 괴롭히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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